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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삼] 아스라이, 下

이 글은 실종, 납치, 감금, 심리 등 트라 우마를 일으킬 수 있는 소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용된 요소들은 절대 현실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것을 인지하고 있고 본인은 해당 요소를 지지하거나 옹호하지 않으며 미화의 목적 또한 없음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아스라이, 下

 

 

부제, 돌아오다.

 

 

 

 

 문을 걷어 차자 방 안에 보이는 건, 방바닥에 쓰러져있는 한승준과 그 앞에 있는,

 

 

“… 김준영, 뭐야.”

“오랜만이다. 그렇지? 김현진.”

 

 

“너, 너 뭐냐고. 여기 어떻게,”

“어떻게 왔기는 아주 잘 왔지. 너 이러고 있는 거 너희 아버지가 알면 참 좋아하시겠다 그치? 자신의 아버지를 위해 경쟁 그룹 후계자를 방에 가두다! 아주 멋져.”

“이, 이 개새끼가. 너, 너 오늘 얘랑 같이 죽을 줄 알어.”

“그래. 함 죽어보자.”

 

 

 나에게 달려오려고 하던 김현진은 어딘가에 걸린 듯한 걸음도 못 뗀 채 그 자리에 넘어지고 말았다. 상당히 우스운 꼴에 피식, 웃자 더 짜증이 난다는 듯 방바닥을 주먹으로 세게 치며 욕을 내뱉으며 한승준을 바라보았다.

 

 

“좆같은 새끼. 넌 진짜 내 인생에 도움이 안 돼. 진짜… 개 같은 새끼들.”

 

 

 

아스라이

 

 

 

 결국 김현진은 경찰에 의해 진압을 당했고 우리는 평소처럼 잔잔해졌다. 하지만 한승준은 비가 오는 날에는 거의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꼭 누군가는 곁에 있어야 했고 상담을 받으러 다니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는 원래대로 돌아오는 듯했지만 아니었다. 승준아, 한승준 불러도 풀리지 않은 듯 나를 무시했다. 이 새끼가.

 

 

 

아스라이

 

 

 

“야 승준아.”

 

 

 며칠 전부터, 그러니까 그 일이 일어나고서부터 김준영에게 말을 못 걸고 있다. 내가 얼마나 심한 말을 하고 만나지 말자는 이야기까지 했는데 나를 구하러 와준 게 너무 미안해서. 진짜 쓸데없는 감정이다.

 

 

“…….”

“너 일부러 나 피하는 거냐? 대답 좀 해.”

“… 왜.”

“하, 학교 끝나고 잠깐 얘기하자.”

“… 어.”

 

 

 딱딱한 말투로 대답하는 김준영에 약간 주눅이 든 채로 대답을 했다. 진짜 단단히 화났나 보다. 망했네.

 

 

 

아스라이

 

 

 

 학교가 파하고 김준영과 나는 학교 근처 산책로에 도착해 벤치에 앉았다. 멀찍이 떨어진 채 서로 아무 말도 꺼내지 않고 먼 곳만 응시할 뿐이었다. 내가 먼저 입을 떼려고 할 때,

 

 

“지금은 괜찮냐.”

“… 뭐가?”

“병원 다니는 거. 괜찮아졌냐고.”

“… 아, 응. 많이는 아닌데, 그래도 좀 괜,”

“다행이네. …미안했어. 그때 일.”

 

 

 김준영의 말 뒤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미안해야 하는 건 나인데 왜 김준영이 사과를 하고 있는지. 어이없네. 어이없어서, 눈물이 다 나온다 정말. 김준영 정말 싸가지 없어서 눈물이 다 나와. 나쁜 놈.

 

 

“… 내가, 내가 더… 미안….”

“괜찮아. 나 그런 거 잘 잊어먹어.”

 

 

 고개 숙이고 울고 있는 나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리며 나를 달래주는 김준영에 더 눈물이 나왔다. 처음 보는 김준영의 모습에 그런가, 나 이렇게 눈물이 많은 사람 아니었는데.

 

 

“우리 다 풀린 거지.”

“… 어. 풀린 지가, 언젠데….”

“참나, 그럼 왜 무시했냐. 사람 기분 나쁘게.”

“… 미안.”

“아 됐어. 미안하다는 말 그만해. 가자 집.”

 

 

 김준영이 일어나고 나도 눈물을 닦으며 일어났다. 산책로에 한가득 황금색을 띠며 흔들리는 갈대들, 우리도 저렇게 관계가 흔들렸지만 우리는 결국 빛났다. 그렇게 우리는 원래대로 돌아왔다.

 

 제자리로 돌아왔다.

 

 

 

아스라이

 

 

 

“… 진심이냐?”

“네. 죄송했어요. 이제 잘 해볼게요.”

“고맙다, 정말 고맙다 승준아. 잘해보자꾸나.”

“네.”

 

 

 나는 자취라는 걸 포기했다. 아버지 일을 도와주는 것도 좋은 것 같아서. 아니, 내가 원래 해야 하는 일이니까. 약간 유턴했다가 돌아왔지만 뭐, 결과는 좋은 거니까. 이제 모두 끝. 모두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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