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눈] 한승준의 잊게하기 프로젝트
가지가 행패부리면 가지가 가지가지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한승준입니다
아 제가 이렇게 찾아오게 된 이유는요, 제 친한 형인 김준ㅇ 아 아니 준영이 형 때문인데요, 요즘 고민이에요.
자꾸 궁금해하지 않는 말만 늘어놓는다는 거죠.
계속 저보고 장훈이 너무 좋다고 저한테 막 설치더라구요. 심지어 늦가을이 와서 심하긴 또 심해요!
물론 좋아하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죠.
아니 근데 왜! 그걸 저한테 말하냐구요. 제가 궁금해한 것도 아니고.
심지어 요즘은 더 가관입니다 이제 막 두 달 좋아해가면서 훈이는 자기 안 좋아한다고 잊을 거라고 이제부터는 잊겠다고 난리가 아니라는 거죠!
물론 그러다 장훈이 한 번 지나가면 자기가 한 말은 다 잊어버리지만요.
정말 하루라도 잊겠다는 말을 하지 않으면 입에 가시라도 돋는 건가 항상 말한다니까요?!
안 되겠습니다. 결심해버리고 말았어요. 오늘부터 한승준의 잊게 하기 프로젝트를 열어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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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준의 잊게 하기 프로젝트]
일단 첫 번째로는, 그래도 전 예의가 바르니까 먼저 의사를 물어봅니다
“형”
“뭐”
“장훈 말이야”
“네 입에서 왜 훈이가 나와 관심있어? 아니면 무슨 일이 있어?”
“어...? 아니 그냥 진짜 잊을 건가 싶어서... 아닌가보네”
제 말을 듣자마자 준영이 형은 기분이 급격히 안 좋아지는 게 보이더라구요.
내가 장훈 이야기를 해서 기대라도 했던 건가.
아무래도 잊을 생각이 없겠구나 하고 생각을 했죠.
“잊을 거야...”
“뭐라고 형?”
“진짜 잊을 거야 진짜로 아 근데 그게 안 된단 말이야 얼굴만 보면 리셋이야 어떡하지”
짝사랑은 원래 이렇게 힘든가요, 전 짝사랑을 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우선 엄청 힘들어보이는 건 사실이네요...
그래도 첫 번째 문제인 의견 물어보기는 성공이네요 자 그럼 다음 문제!
그래서 제가 생각한 방법은 역지사지입니다! 만약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하고 가정하는 일로 형을 일단 진정이라도 시켜봐야겠죠?
“형, 그 내가 생각해본 게 있는데”
“뭔데”
“일단 들어봐”
만약 형이 싫어하는 사람이 형을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해봐. 그 사람이 계속 형이랑 연락하려고 노력도 하는 거지. 그럼 형은 어떨 것 같아? 라고 물어봤어요.
장훈이 형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요. 생각을 엄청 하더라고요 물론 생각이야 할 수 있죠. 근데 갑자기 얼굴이 굳어지더니
“동질감 느껴져...”
라고 하더라고요. 눈에서 슬퍼하는 게 보여서 뭐라 말을 할 수는 없었어요...
에라이 모르겠다! 플랜 B입니다! 그냥 부딪혀봐야 하나... 그냥 고백하라고 하죠!
“형”
“왜”
“그냥 고백해”
“? 갑자기?? 미쳤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형 엄청 놀란 것 같더라구요 솔직히 맞잖아요! 잊고 싶은데 좋아하면 그냥 지르자는 거죠 빨리 고백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래서 제가 재빨리 자리를 마련했답니다 제가 이런 거 하나는 참 잘 하잖아요?
어 저기 장훈 온다!!! 저는 이제 빠져야겠네요...! 몰래 들어야지...
“어 훈아!”
“왜 불렀어요 형?”
“아니 그 할 말이 있어서...”
그렇지 형 잘 한다!! 난 형을 믿어!
“형”
“어?”
“그 전에 제가 할 말 있어요.”
“... 뭔데”
“형 저 잊으려 하고 다녔어요?”
어...? 뭐야 내 플랜 B가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 거야 그건 그렇고 쟤는 왜 저걸 알고 있는 거야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이런 개같은 거!
“어쩔 수가 없잖아. 나만 좋아해서 뭐가 돼. 이어질 수가 없을 것 같으니까 그냥 내가 잊으려고 한 거야.”
“...”
“근데 안 잊어지더라. 내가 너를 두 달 좋아했는데 어떻게 널 한순간에 잊어”
“굳이 잊으려고 할 필요 없어요. 형이 내가 형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 어떻게 알아요”
“...”
“저 형 좋아해요. 혼자서 마음고생 좀 하지 마요”
“... 진짜 내가 해도 멋지게 고백하려고 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 늦었어요 형”
...? 뭐야 이 핑크빛 기류는...? 갑자기 왜 사귀는 거야 축하해줘야 돼? 뭐야 뭔데 난 왜 또 솔로야 나 졸지에 저기 저 사이에 도움준 거야?? 내가 남 좋으라고 이런 일을 했다고?? 아...
“개같네...”
속마음으로만 한다는 걸 육성으로 뱉어버렸다...! 그 말을 들은 준영이 형이 날 보더니 획 하고 돌아서서 훈이랑 팔짱끼고 가버렸다. 진짜... 거... 지같네... 내 미래가 훤히 보였다 누가 봐도 애인 자랑하겠지?